실버타운

존엄한 사랑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제안

topman 2025. 12. 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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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치가 아닙니다.
존엄한 사랑은, 사실 국가와 제도가 지켜줘야 할 인권입니다.”

요즘 사랑 이야기를 꺼내면, 더 이상 ‘로맨스’만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혐오 표현, 노인 요양시설에서의 연애 금지,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까지,

“존엄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제도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조금 넓게, 알아 보려고 합니다.

 

1. “사랑할 권리”도 인권일까요?

세계 보건기구(WHO)는 성적 건강을 위해서는 ‘성적 권리’가 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못박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성행위”가 아니라,

  • 누구와 관계를 맺을지 선택할 권리
  • 원하지 않는 관계를 거절할 권리(동의·Consent)
  • 폭력·강요·차별 없이 친밀감을 표현할 권리

같은 내용이 모두 포함됩니다.(PMC)

또, 국제 인권 규범인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도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강조하면서, 사랑·가족·관계의 영역에서도 동등한 존중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data.unaids.org)

정리하면,

“존엄한 사랑”은 감성적인 표현이 아니라, 이미 국제 인권 규범 속에 자리 잡은 권리의 언어입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국가와 사회는 이 권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인가?

2. 폭력과 통제에서 사랑을 지키는 법: 스토킹·데이트폭력 제도 보완

1) 한국의 스토킹처벌법, 어디까지 왔나

한국은 2021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며, 지속적인 따라다님·감시·연락을 독립 범죄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엘로우)

2023년 개정으로 처벌 수위와 보호 명령이 강화됐고, 법 시행 이후 관련 재판·보호 명령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사법부 분석도 있습니다.(사법정책연구원)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법 시행 이후 신고 건수와 재판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재범·살인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끊이지 않습니다.(PubMed)

2) 더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제안

  1. 위험도 평가·전문화
    • 경찰 단계에서 체계적인 ‘스토킹 위험 평가 도구’를 활용해 살인·중범죄로 이어질 고위험군을 초기에 분류하는 시스템 강화.
  2. 접근금지 명령의 실효성
    • 전자장치, 위치추적, 긴급신고 버튼 등과 실시간 연동하는 방식으로 “종이 위의 명령”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보호막으로 만들기.
  3. 데이트폭력·가정폭력과의 통합 대응
    • 연애 관계/결혼 관계를 엄격히 나누기보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을 하나의 프레임에서 다루는 법·정책 재정비.

사랑은 가까운 사람이 주는 위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잔인한 폭력의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제도는 이 두 얼굴 중, 폭력의 얼굴을 분명히 제어해야 합니다.

3. “캡처 한 번으로 인생이 무너진다” – 디지털 성범죄와 딥페이크 시대

이제 사랑과 관계는 대부분 디지털 흔적을 남깁니다.
연애 초반의 카톡, 서로 주고받은 사진, 영상통화 캡처, 이게 나중에는 협박과 통제의 도구로 변하는 일이 너무 많아졌죠.

1) 딥페이크·불법촬영,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커지는 문제

  • 2023년 기준, 전 세계 온라인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은
    1년 새 5배 이상 증가했고, 그중 99%가 여성 대상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EAI 동아시아연구원)
  • 한국은 불법촬영·N번방 사건 이후에도
    텔레그램·SNS를 활용한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되며, 최근에도 수백 명의 피해자를 협박한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The Washington Post)

영국·EU·미국 등은 비동의 딥페이크·친밀영상 유포를
별도 범죄로 규정하고, 플랫폼에 신속 삭제와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움직임을 강화 중입니다.(CEE Digital Democracy Watch)

2) 존엄한 사랑을 위한 제도적 제안

  1. 딥페이크·AI 성범죄 ‘전담법’ 도입
    • 원본 촬영 여부와 관계없이, 성적 이미지·영상의 비동의 합성·유포·협박을 명확히 규정하는 독립된 조항 필요.
  2. 플랫폼 책임 강화
    • 피해자가 신고하면 시간 단위로 삭제·유포 차단을 의무화하고, 
    • 알고리즘이 유사 영상·복제본을 자동 탐지해 차단하도록 기술·법적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
  3. 피해자의 회복권 보장
    • 삭제 지원, 소송 지원, 심리상담, 직장·학교 보호까지 원스톱 지원 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안보와 발전 정책 연구소)

“사랑해서 보낸 사진이 나를 평생 따라다니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디지털 공간에서의 존엄을 지키는 법·제도는 더 정교해져야 합니다.

4. 실버타운·요양시설에서의 사랑: 규제가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

실버타운, 요양병원,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의 연애는 여전히 “어색한 이슈”로 취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여러 나라 연구를 보면, 노년기의 친밀감·연애는 우울 감소, 삶의 만족도 증가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시설에 입소했다고 해서 사랑과 성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The Royal College of Nursing)

1) 해외 가이드라인이 제안하는 것

영국·호주 등의 요양시설 가이드라인은 “연애·성의 표현을 금지”하는 대신, 다음을 제안합니다.(The Royal College of Nursing)

  • 시설은 관계·성에 대한 공식 정책을 갖출 것
  • 입주자 간 관계를 원칙적으로 ‘허용·존중’하되 치매·학대 등 위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절차를 둘 것
  • 직원 교육을 통해 연애를 “문제행동”이 아닌 인권·웰빙의 영역으로 이해하도록 할 것

2) 한국 실버타운·요양시설에 제안해볼 수 있는 제도

  1. ‘친밀한 관계 및 성 표현 정책’ 의무화
    • 장기요양기관 평가 항목에 “입주자의 친밀감·연애권 보장 정책”을 포함.
  2. 동의 능력 평가 가이드라인
    • 치매·인지저하 어르신의 연애 관계에 대해 의료·심리 전문가와 함께 동의 능력 평가 기준을 표준화.
  3. 직원·가족 대상 교육 프로그램 지원
    • 국가·지자체가 표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노인 연애 = 위험”이라는 고정관념을 “노년기 웰빙 요소”로 전환하는 문화 조성.

존엄한 사랑은 “젊은 사람만의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도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5. 소수자의 사랑을 지키는 제도: 차별금지에서 동반자 제도까지

사랑의 존엄을 논할 때,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UN과 유럽평의회, 각국 인권기구는 LGBTI(성소수자) 사람들이 폭력·차별 없이 사랑하고 가족을 꾸릴 권리를 이제는 명시적으로 인권 의제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OHCHR)

제도적으로 논의되는 방향들

  1. 포괄적 차별금지법
    •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명시적으로 보호 사유에 포함해, 연애·동거·혈연이 아닌 가족 형태를 이유로 주거, 의료, 서비스 이용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
  2. 생활동반자·시민결합 제도
    • 결혼이 아니어도,
      연인·동거 파트너가 의료 의사결정, 상속, 사회보장 등의 영역에서 서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 이미 유럽·미국·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며,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ILGA World)
  3. 혐오 표현·증오범죄 대응 체계
    •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위협·괴롭힘에 대해 별도의 통계·전담 조직을 두고, 피해자 지원과 예방 교육을 강화.

요약하면,

“내가 누구를 사랑하느냐” 때문에 집을 구하기 어렵고, 병원에서 동행이 거부되고, 직장·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면 그 사회는 아직 존엄한 사랑을 지킬 준비가 덜 된 것입니다.

6. 교육과 문화: 사랑의 ‘디폴트 값을’ 바꾸는 정책

법과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랑에 대한 문화와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제도도 살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1) 포괄적 성·관계 교육

여러 국제보고서는 학교 교육에서 다음 내용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것을 권고합니다.(OHCHR)

  • 동의(Consent)와 경계 설정
  • 건강한 연애와 폭력적 관계 구별
  • 디지털 친밀감(사진·영상·SNS)에서의 권리와 책임
  • 다양성(성적지향·성별정체성·장애·연령 등)의 존중

이는 단순한 “성교육”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중을 배우는 공존 교육”에 가깝습니다.

2) 디지털 리터러시 정책

  •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불법촬영, 복제·공유의 위법성을 다루는 디지털 시민 교육을 제도적으로 지원.(안보와 발전 정책 연구소)
  • “한 번 올리면 지워지지 않는다”가 아니라, “올리기 전에 이게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설계.

7. 국가의 역할: ‘사랑의 안전망’을 설계하는 일

마지막으로, “존엄한 사랑을 지키는 제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폭력·차별·기술 남용을 걷어내고,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안전망을 설계하는 것.

그 안전망은,

  • 스토킹·데이트폭력·가정폭력을 막는 형사법과 보호 명령,
  • 디지털 성범죄와 딥페이크를 다루는 최신 기술·입법,
  •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에서의 사랑을 존중하는 복지·요양 정책,
  • 소수자의 사랑과 가족을 평등하게 인정하는 인권·가족 정책,
  • 그리고 모두가 건강한 관계를 배울 수 있는 교육·문화 정책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사랑은 개인의 일이지만,
존엄한 사랑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사회 전체의 과제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가정, 직장, 지역사회, 정책 제안의 자리에서 조금씩 “존엄한 사랑”의 기준을 이야기해 주신다면, 언젠가 우리는 “이 사람을 사랑해도 괜찮을까?”가 아니라

“이 사랑을 더 존엄하게 지키려면
사회가 무엇을 바꿔야 할까?”
를 먼저 떠올리는 세상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참고·출처(요약)

  • WHO, Sexual health, human rights and the law – 성적 권리를 인권으로 인정하며, 동의·자기결정·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핵심 요소로 제시(PMC)
    Yogyakarta Principles & ILGA World, Laws on Us –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관련 인권 원칙과 각국의 법·정책 동향 정리(data.unaids.org)
    한국 스토킹처벌법(2021) 및 2023년 개정, 사법부·연구기관 분석 자료(엘로우)
    장기요양·요양시설에서의 친밀감·연애 관련 가이드라인과 연구(영국 CQC, RCN, 호주·영국 학술논문)(The Royal College of Nursing)
    디지털 성범죄·딥페이크 확산 및 정책 대응(국제·한국 연구, EU 정책 보고서, 최근 기사)(EAI 동아시아연구원)
    UN·국제기구의 성·관계·교육 관련 인권 보고서 및 정책 권고(OH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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