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있어요?”
“아내 있어요?”
이 질문이 슬슬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함께 지내는 동반자가 있으세요?”
결혼 여부, 자녀 유무보다 “내 옆에 마음 나눌 사람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
오늘 주제는 바로 ‘친밀한 동반자’가 표준이 되는 사회입니다.
1. ‘가족’ 대신 ‘동반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
요즘 가족·관계 연구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이 있습니다.
“결혼·혈연 중심 가족에서,
친밀한 동반자 네트워크로.”
OECD 보고서는 최근 수십 년간
- 동거, 비혼, 재혼, 이혼, 공동양육, LAT(Living Apart Together) 같은 비전통적 관계 형태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정리합니다.
미국·유럽 연구에서는 이를 결혼 규범이 느슨해지는 ‘결혼의 탈제도화’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하죠.
핵심은 간단합니다.
- “법적으로 뭐냐?”보다
- “서로 얼마나 친밀하고, 서로를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느냐?”
이게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2. 한국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
한국은 이 변화를 아주 빠르게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804만 5천 가구, 전체 가구의 36.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 특히 1인 가구 중
20대 후반·60대·70대 이상 비중이 모두 높아 “젊은 1인 + 노년 1인”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혼자 살지만,
정말 혼자인 걸까?”
많은 사람들은 혼자 살되, 외롭지는 않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친밀한 동반자 관계들입니다.
3. 새로운 친밀 관계의 지도
1) 같이 사랑하지만, 같이 살지는 않는다 – LAT 커플
LAT(Living Apart Together), “함께 살지 않지만, 친밀한 연인·배우자 관계인 커플”을 뜻하는 말입니다.
- 서로를 연인 혹은 사실상 배우자로 여기지만
- 주소는 따로, 집도 따로, 살림도 각자 꾸리는 형태죠.
호주·유럽을 중심으로 연구가 축적되어 있고,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주말 부부·별거 커플’을 넘어서 의도적으로 공간을 분리하는 LAT 커플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영국에서는 “apart-ners(떨어져 사는 파트너)”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 서로의 자율성
- 관계의 질
이지, “매일 같은 집에서 자는가?”가 아닙니다.
2) ‘선택된 싱글’과 깊은 우정 네트워크
또 다른 흐름은 ‘선택된 싱글(chosen singlehood)’입니다.
최근 파트너십 연구에 따르면,
“굳이 결혼이나 동거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선택한 이들 중 상당수는 대신 친밀한 친구·동료 네트워크를 두텁게 쌓는다고 합니다.
- 함께 밥 먹는 친구,
- 긴 대화를 나누는 친구,
- 여행을 같이 가는 친구,
- 필요하면 서로 돌봐주는 친구들.
혈연·배우자가 아닌,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구조가 됩니다.
3) 나이들수록 더 중요해지는 ‘늦깎이 동반자’
영국·유럽의 고령층 연구를 보면, 60·70대 이후 파트너십은
- 법적 혼인 여부보다
-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는 친밀한 동반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황혼 재혼·사실혼·노년 동거 관계가 늘어나고 있죠.
노년기 친밀 동반자는 단순히 연애 상대가 아니라,
- 건강 상태를 서로 체크해 주고
- 병원·요양·일상생활을 함께 감당하는 파트너라는 역할까지 맡게 됩니다.
4. 왜 ‘친밀한 동반자’가 표준이 되어 가나?
1) “나답게 살고 싶다”는 욕구
새로운 가족·가구 연구에서는, 1인 가구 증가의 배경으로 자기실현·자유·진정성 같은 가치의 부상을 꼽습니다.
- 남들이 정해준 인생 코스(결혼·출산·내 집 마련)가 아니라
-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관계를 설계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 것이죠.
이런 흐름 속에서 “평생 한 사람과 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공식이 조금씩 힘을 잃고,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방식으로 관계를 설계하자”
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집니다.
2) 외로움과 연결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
서울은 지금,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 고독사회 대책’의 하나로 ‘마음편의점(마음건강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외로운 시민들이 들러 쉬고, 상담받고, 조용히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거의 40%가 1인 가구인 도시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친밀한 동반자 관계도 비슷합니다.
- 완전히 얽히지는 않지만,
- 필요할 때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혼자만의 삶과, 함께하는 삶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3) 제도보다 삶이 먼저 바뀌는 중
OECD·국제 보고서를 보면, 이미 여러 나라에서
- 비혼 출산,
- 공동 양육,
- 주당 일부만 같이 사는 커플,
- 아이가 둘 집 사이를 오가는 재구성 가족
이 흔한 풍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도·법은 아직 결혼·혈연 중심이지만, 사람들의 실제 삶은 훨씬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1인 가구·비혼·재혼·동거·주말 커플이 늘어나면서, “친밀한 동반자 중심의 삶”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5. ‘친밀한 동반자 사회’의 장점들
1) 관계의 질에 더 집중하게 된다
- 의무로서의 결혼·가족에서
- 선택된 관계로 이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오래, 깊게” 갈 수 있는 관계가 무엇인지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친밀한 동반자’라는 개념은 단순한 연애 상대가 아니라,
-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 서로의 성장을 지지하고
- 삶의 중요한 선택에 함께 책임지는 사람
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2) 다양한 삶의 조합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들이죠.
- 혼자 살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함께 밥 먹는 밥친구 동반자
- 각자 집에서 지내지만, 주말에는 함께 여행 가는 LAT 연인
- 법적 혼인 없이, 실버타운에서 같은 동에 사는 노년 동반자
같은 형태가 공식적인 “비정상”이 아닌, 하나의 정상적인 선택지로 인정받게 됩니다.
6.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까?
1) 제도는 아직 ‘가족 카드’만 본다
한국의 많은 제도는 여전히
- 혼인신고,
- 주민등록상 세대,
- 혈연 중심 가족
을 기준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 동반자 관계에서는 의료 정보 공유·보호자 동의,
- 간병·돌봄 상황,
- 상속·유산,
- 주거 계약·보험 수혜 등에서
불편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2) ‘친밀한 동반자’도 외로울 수 있다
친밀한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줄이는 강력한 보호 요인이지만,
- 관계가 끊어졌을 때의 충격,
- 비공식 관계라 가족·제도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의 괴리감
같은 새로운 어려움도 있습니다.
또, 모두가 좋은 동반자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도시 외로움·고독 문제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7. 앞으로 필요한 것들
1) ‘다양한 친밀 관계’를 인정하는 정책
국제 보고서들은
이미 가족 정책이 부모·자녀·부부 중심에서, 다양한 형태의 돌봄·동거·파트너십을 포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점점
- 동반자 등록 제도,
- 비혈연 보호자 지정,
- 다양한 동거 형태를 인정하는 주거·복지 정책
같은 논의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2)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를 묻는 교육
이제는
“언제 결혼할 거야?” 대신
“넌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싶어?”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대입니다.
- 청소년기부터 관계·경계·의사소통·동반자 선택에 대한 교육,
- 노년기에는 외로움·동반자·돌봄의 균형을 고민하는 프로그램
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8. 우리 각자가 해볼 수 있는 작은 연습들
‘친밀한 동반자 사회’ 속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관계를 “역할”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기
- 남편·아내, 부모·자식이라는 호칭 너머에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보는 연습.
- 동반자의 범위를 넓게 상상해 보기
- 연인·배우자뿐 아니라 친구, 동료, 이웃, 커뮤니티까지 나의 삶을 함께 짓는 동반자 후보군으로 인식하기.
- 혼자 사는 이들에게 다리를 놓기
- 혼자 밥 먹는 친구에게 “가끔 같이 먹을래?”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동반자 제안이 될 수 있습니다.
- 나에게 맞는 관계의 거리 찾기
- 매일 붙어 있는 관계가 좋을 수도, LAT처럼 일정한 거리를 둔 관계가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 “나에게 편안한 거리감”을 스스로 정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앞으로의 표준은 “꼭 결혼하라”가 아니라,
우리는 오랫동안,
“좋은 대학–좋은 직장–결혼–자녀”가 마치 인생의 기본 코스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1인 가구 36%, 다양한 동거 형태, LAT 커플, 선택된 싱글, 노년 동반자 관계까지 합쳐서 보면,
“친밀한 동반자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 것인가”가
앞으로의 새로운 표준 질문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결혼을 하든,
혼자 살든,
동거를 하든,
주말만 같이 살든,
형태보다 중요한 건 그 관계가 서로를 더 자유롭게, 더 안전하게, 그리고 조금 더 웃게 만들고 있는지 아닐까요.
당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이미 당신은 여러 명의 친밀한 동반자와 함께 이 삶을 건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출처 (요약)
- 한국 1인 가구 통계: 2024년 804만 5천 가구, 비중 36.1% 등
OECD 및 국제 보고서: 가족 구조 변화, 동거·이혼·재구성 가족·LAT 증가
LAT·living apart together 개념과 트렌드, apart-ners 관련 기사·연구
1인 가구·선택된 싱글·새로운 친밀성에 대한 최근 사회학 논의
서울시 ‘고독사회’ 대책, 마음편의점 등 외로움 대응 정책과 1인 가구 비중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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