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심리 이야기

감정을 억압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면

topman 2025. 11. 2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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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시절, 울면 "어, 울지마, 됐어, 뚝",  “그 정도 가지고 왜 뭘 울어”
화내면 “버릇없게 어디서 화를 내”, 투정 부리면 "또 그런다", 
속상하다고 말하면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예민하다.”

이런 말을 자주 듣고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겉으로는 ‘괜찮은 어른’처럼 잘 살아가는 것 같지만, 속마음에서는 늘 이런 목소리가 들린답니다.

“나 이렇게 느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너무 예민한 사람인가.”

오늘은 감정을 억압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마음과 인간관계, 삶에서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 조금씩 회복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1. ‘감정 억압형’ 양육이란 무엇인가요.

여기서 말하는 ‘감정을 억압하는 부모’는 대충 이런 스타일입니다.

  • 아이가 울면 “울지 마, 창피하게”
  • 화를 내면 “너도 잘못했으니까 참아”
  • 무섭다고 하면 “그 정도 가지고 뭐가 겁이냐”
  • 속상하다고 하면 “엄살 부리지 마, 별일도 아니야.”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과장이라고 몰고 가거나, 잘못된 것으로 만드는 양육 방식을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무시(emotional neglect)’, ‘정서적 억압’, ‘정서적 무효화(invalidation)’라고 부릅니다.

눈에 멍이 드는 폭력처럼 티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야 어디나 다 그렇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연구들에 따르면 이 정서적 경험 역시 하나의 ‘보이지 않는 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이 메시지는 이렇게 번역됩니다.

  •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
  • “내 느낌은 틀렸다.”
  • “이렇게 느끼면 나는 나쁜 아이다.”

그리고 이 믿음이 성인까지 깊게 따라옵니다.

2. 성인이 되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 ‘내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요.’

1) 감정 인식 장애

어릴 때부터 감정을 표현하려 할 때마다 막히거나 혼나거나 무시를 당하면, 뇌는 이렇게 학습합니다.

“느끼지 말고, 생각으로만 버텨라.”

실제로 정서적 무시·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는 능력(감정 인식)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자주 나오죠.

  • “좋은지 싫은지 잘 모르겠어요.”
  • “그냥… 괜찮아요.”(사실은 안 괜찮은데)
  • “왜 힘든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공허해요.”

이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감정 언어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2) 감정 조절의 양 극단 – ‘꾹 참거나, 한 번에 터지거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정서적 무시·학대를 겪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하는 능력(감정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패턴은 두 가지입니다.

  • 무조건 참기, 회피하기, 농담으로 넘기기
  • 참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하기(분노, 울음, 충동 행동 등)

겉보기엔 침착하고 차분한데, 어느 날 아주 작은 사건 하나에 관계가 통째로 끊어지거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격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3. 정신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1) 불안·우울·공허감

여러 나라와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보면,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방임을 경험한 사람들은 성인기에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 생각 등의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서적 방임은 특히.

  • “나는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 “내가 느끼는 건 중요하지 않다.”

라는 믿음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이는 성인기의 만성적인 공허감, 낮은 자존감, 삶의 의미감 저하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2) 극단까지 가기 전에

물론, 감정을 억압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험이 올라간다는 것은 분명한 데이터입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난 그랬어도 멀쩡하니까 괜찮아.”가 아니라,

“혹시 내가 너무 ‘괜찮은 척’ 하면서 내 마음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를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4. 연애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패턴들

정서적으로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불안하거나 회피적인 애착 스타일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1) “너 진짜 날 좋아하는 맞지?” – 애착 불안형

  • 상대의 말 한마디, 이모티콘 하나에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합니다.
  •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버림받을까 봐” 불안합니다.
  • 갈등이 생기면, 관계가 끝날까 봐 필요한 말도 못 하고 참습니다.

어릴 때 “너 때문에 엄마 힘들어.”, “너는 왜 항상 이렇게 문제야.” 같은 말을 들으며 자라면, 성인이 되었을 때도 사랑받는 자격에 대한 의심을 품기 쉽습니다.

2) “난 괜찮아, 그냥 혼자가 편해.” – 애착 회피형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 “사람한테 기대는 거 별로야.”
  • “누가 나한테 실망할까 봐, 아예 깊은 사이가 되지 않아요.”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방임·무시를 경험한 경우 성인기의 회피형 애착과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속 메시지는 이럴 수 있습니다.

“내 감정을 알아주는 어른은 없었으니, 결국 나를 챙길 수 있는 건 나뿐이야.”

그래서 관계에서 지나치게 독립적인 척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요청을 잘 하지 못합니다.

5. 일·성취·완벽주의로 도망가는 어른들

감정을 억압하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종종 ‘성취’와 ‘착한 역할’로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 “성적이 좋아야 사랑받을 수 있다.”
  • “실수하지 않아야 혼나지 않는다.”

이 믿음이 성인까지 이어지면.

  • 회사에서 늘 과하게 책임을 지거나.
  • 쉬어야 할 때도 죄책감이 들고.
  • 실수 하나에 자기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고.

결국 번아웃, 직무 스트레스, 만성 피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일 잘하는 사람”, “어른스러운 사람”인데, 속으로는 그저 “꾸준히 사랑받기 위해 분투하는 아이”가 앉아 있는 셈입니다.

6. 그렇다면,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좋은 소식은 하나입니다.

“어린 시절은 바꿀 수 없지만, 지금부터 나와 내 감정을 대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연구와 임상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회복의 축은 대략 이렇습니다.

1) 첫 단계 – ‘내 안에서 일어난 일을 인정하기’

  • “별것 아닌 일 아니었구나.”
  •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그때 정말 상처받을 만한 상황이었구나.”

이렇게 과거의 나에게 정당성을 돌려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건 부모를 증오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더 이상 무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2) 감정 언어 다시 배우기

어릴 때 놓친 감정 교육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배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 하루에 딱 1번, “지금 내 감정은 ○○다.”라고 메모하기.
  • 기쁨·슬픔·분노·불안·수치심 같은 기본 감정 단어들을 일부러 자주 써보기.
  • 친구나 파트너와 대화할 때 “내가 느끼는 건…”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연습하기.

이런 사소해 보이는 시도가 뇌 안에 “감정을 허용해도 되는 길”을 하나씩 다시 깔아줍니다.

3) 안전한 관계 안에서 연습하기

정서적 억압을 경험한 사람에게 회복의 결정적인 요소는 ‘안전한 타인’입니다.

  • 내 감정을 평가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
  •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가까운 친구, 파트너, 혹은 전문 상담자(심리상담사,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이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4)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방임이 심하거나, 현재 우울·불안·수면 장애·중독·대인관계 문제로 삶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인지행동치료(CBT)
  • 감정 집중 치료(EFT)
  • 트라우마 치료(EMDR 등)
  • 애착 기반 치료

등은 감정 인식·조절, 자기 가치 회복, 관계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7. 부모가 된 후,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감정을 억압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많은 성인들은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도 나중에 부모가 되면 똑같이 아이 감정을 억압하는 건 아닐까.”

이미 이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패턴을 끊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부모가 된 후에는.

  • “울지 마.” 대신 “많이 속상했구나.”
  • “그만해.” 대신 “화 난 이유를 말해줄래.”
  • “별것도 아닌데 뭘.” 대신 “너한테는 중요한 일이었구나.”

라고 말해주는 연습을 해 보세요.
최근 연구들도, 이러한 ‘감정 코칭’ 양육 방식이 아이의 정서 안정과 정신건강에 큰 보호 요인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받지 못한 것을 우리 세대에서 새로 배우고, 다음 세대에게 건네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은 어른’입니다.

마무리

감정을 억압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종종,

  • 자기 감정을 모른 채 살아가고.
  • 관계에서 불안하거나 도망치고.
  • 너무 열심히, 너무 착하게 살다가 번아웃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성격 결함이 아니라, 어린 시절 생존하기 위해 배웠던 방식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이제는 그 방식을 조금씩 내려놓고, 내 감정을 돌보고, 안전한 관계를 만들고, 나를 지키는 새로운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이제부터 나는 내 감정을 억압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지금 이 순간부터도 가능합니다.

그 선택이, 당신과 당신 곁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방향으로 바꾸어 줄 것입니다.

* 이제 세태는 굳세어라 금순아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부모의 보살핌 아래 성장해도 친구관계로 성격이 바뀌는 경우가 더 많은 시대인데, 

  늘 아이를 살피고, 얘기하면서 성장과정을 지켜봐 줘야 합니다.

  자립심을 가지는 것도 주위환경 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결국 청소년기에는 친구관계가 좌우할 확률이 높습니다. 또래관계에 따라 아이들은 변하니까요.

📌 출처

본 글은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학대와 성인기의 감정 조절, 애착,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를 다룬 최근 심리학·정신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주요 참고: Childhood emotional neglect·abuse와 감정조절·정신건강 연관 연구 및 리뷰, 부모의 정서적 무효화와 cPTSD·성인기 기능에 대한 심리치료 칼럼·상담 자료, 어린 시절 학대·방임과 성인 애착 스타일·관계 어려움에 대한 국내외 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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