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심리 이야기

화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사람들의 심리

topman 2025. 11. 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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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팀장이 잘못한 걸 분명히 아시는데,
입까지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나왔다가 순식간에 되삼켜 보신 적 있으신가요.

“괜히 분위기 망칠까 봐.”
“내가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 그냥 나만 참으면 되지 뭐.”

오늘은 이렇게 화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 보겠습니다.

1. 왜 나는 화를 못 낼까요?

― 성격 탓만은 아닙니다.

주변에서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원래 성격이 착해서 그래”, “마음이 약해서 그래”,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이걸 단순한 ‘착한 성격’이 아니라 감정 표현 양식으로 봅니다.

연구를 보면, 분노를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안으로 삼키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갈등을 피해야 안전하다는 경험을 많이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이런 환경들입니다.

  • 집에서 누군가 화를 내면 항상 큰 싸움으로 번졌던 집.
  • “어린 게 어디서 화를 내냐”는 말을 자주 들은 환경.
  • 부모 중 한 명이 늘 참으면서 가족을 책임지던 모습.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화를 내면 사랑을 잃는다.”
“나 때문에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라는 무의식적 믿음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화가 나도 자동으로 ‘참는 모드’가 켜지는 것이죠.

2. ‘속으로 삭이는 사람들’의 공통 생각 패턴

화를 못 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공통된 생각 회로가 있습니다.

1) “이 정도로 화내면 내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몰라.”

자신의 감정보다 상대 입장, 상황 논리를 먼저 떠올립니다.

  • “저 사람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 “다들 참고 있는데 왜 나만 문제 삼아.”

연구를 보면, 분노를 억누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보다 관계 유지를 더 중요한 가치로 두는 경향이 큽니다.

2) “여기서 말하면 관계가 깨질 거야.”

이들에게 갈등은 ‘조절 가능한 일’이 아니라 “관계가 한 번에 망가지는 사건”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 말하고 나서 어색해질까 봐.
  • 상대가 나를 싫어할까 봐.
  •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 봐.

결국, 화 대신 침묵을 선택하게 됩니다.

3) “참으면 지나가겠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겉으로는 지나가는 것 같지만 속에서는 이렇게 누적됩니다.

“또 내가 참았네.”
“나는 왜 항상 이 역할이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로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3. 화를 참으면 몸과 마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단순히 “착해 보이는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1) 정신건강 측면

연구들에 따르면,
분노를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늘 억압·내재화하는 사람은.

  • 우울감.
  • 불안.
  • 수면 문제.
  • 무기력.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표현하면 혼나거나 무시당했던 사람일수록 성인이 되어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억누르는 습관”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2) 신체 건강 측면

“화를 참으면 병 된다”는 말, 과장만은 아닙니다.

분노를 억누르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서 심혈관계 질환, 위장 문제, 면역력 저하와의 연관성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화를 잘 낸다고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표현하지 못해 계속 안에서 끓이는 상태”는 몸에도, 마음에도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4. 화를 못 내는 사람들의 숨은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그럼 나는 완전 문제투성이인가…” 싶으실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화 못 내는 사람들에게는 관계의 완충자, 조정자로서의 장점도 있습니다.

  • 쉽게 폭발하지 않고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합니다.
  • 상대 입장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합니다.
  • 갈등이 커지기 전에 조용히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연구에서도 분노 조절이 잘 되는 사람들은 “감정을 없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할 때와 참을 때를 선택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항상 참기만 하는 패턴”에 갇혀서 자기 자신을 소진시키는 경우입니다.

즉, 억누르는 힘 + 표현하는 힘,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그럼,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요?

― “화를 내는 법”도 기술입니다

1) 첫 단계: “내가 화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많은 분들이 화난 걸 인정하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 “뭐… 그냥 좀 그랬지 뭐.”
  • “그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니지.”

하지만 감정은 ‘맞다·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신호’입니다.

혼자 있을 때라도 이렇게 적어보세요.

  • “나는 지금 이 상황 때문에 화가 났다.”
  • “그때 그 말이 나를 무시당한 느낌이 들게 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감정 중추가 진정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2) 두 번째: ‘화’를 바로 말하지 말고, ‘상황 + 감정’으로 말하기

한국어에서 화날 때 가장 흔한 말은 “너 왜 그랬어?” 입니다.

이 말은 바로 공격 모드로 들리기 쉽습니다.

대신 다음 공식으로 연습해 보세요.

“(상황) 때문에, 나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 “어제 회의에서 제 의견을 바로 끊으셔서, 조금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어요.”
  • “약속 시간을 계속 넘기셔서, 제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이렇게 말하면.

  •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 내 감정과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이 됩니다.

이건 심리치료와 비폭력대화(NVC)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세 번째: 0에서 100이 아니라, 20부터 표현하기

화를 참는 분들의 공통점.

0(침묵) → 0(참기) → 0(또 참기) → 100(폭발)

이 패턴입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화내면 끝까지 간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요.

중간 단계가 필요합니다.

  • “지금은 말하기 어렵지만, 이 상황이 불편하다는 건 말해두고 싶어요.”
  • “이런 방식은 저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정도만 꺼내도 이미 0에서 20까지는 나온 것입니다.

연구에서도 작게라도 의사 표현을 해본 경험이 쌓일수록 자기효능감, 자존감, 우울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합니다.

6. “그래도 너무 무서워요”라는 분들께

어떤 분들은 이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입을 여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요.”

이런 경우는 혼자서만 버티지 마시고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 내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친구.
  • 안전한 공간에서 연습시켜주는 심리상담사.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정서적 억압이나 무시를 겪은 사람에게 “나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누군가의 존재”는 치유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보호 요인입니다.

상담·치료에서는

  •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
  • 안전한 상황에서 화를 표현해 보는 역할극.
  • 왜 내가 이렇게 ‘참는 패턴’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작업.

등을 통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새로운 반응 방식을 만들어 가도록 돕습니다.

7. 화를 낸다는 건, 관계를 깨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말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화를 표현하는 것”과 “관계를 깨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 상대는 평온한 줄 알고 계속 같은 행동을 하고  
  • 나는 속으로만 쌓다가 어느 날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 

이게 진짜 관계를 무너뜨리는 패턴일 때가 많습니다.

적절한 선에서,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 그건 이 관계를 더 오래 가게 만들고 싶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또 그냥 참지 뭐…” 하고 넘기려는 순간 마음속에서 조용히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내 마음 편한 쪽을 선택해 볼까?”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언젠가 “참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면서도 관계를 이어갈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 출처

본 글은 분노 억압·감정 억제와 정신건강·신체건강의 관계, 어린 시절 정서적 무시와 성인기 감정 조절 문제, 감정 명명·표출 글쓰기·비폭력대화(NVC) 등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최근 연구·리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주요 참고:

  •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학대와 감정조절·정신건강의 연관성, 애착·자기비난 패턴 관련 연구들.
  • 분노 억제와 우울·불안·신체 증상(심혈관·위장 등) 위험 증가에 대한 심리·의학 연구.
  • 감정 명명(affect labeling)과 표출 글쓰기(Expressive writing)가 감정 강도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 연구.
  • 비폭력대화(NVC)·정서코칭·관계치료에서의 ‘상황+감정’ 표현, 안전한 관계에서의 정서 검증의 중요성을 다룬 상담·치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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