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다르지만, 같이 있고 싶어요.”
초등학교 운동장.
쉬는 시간 종이 치자 아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그 사이, 아직 말이 조금 서툰 아이 하나가 주머니에서 축구공을 꺼내 들며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같이… 놀래?”
이 아이는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자녀입니다.
요즘 한국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만나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초·중·고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약 18만 명을 넘었고, 전체 학생의 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어 교육 웹사이트)
숫자는 익숙해졌지만, 이 아이들의 마음과 학교 적응 과정은 여전히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영역입니다.
오늘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적응기를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1. “보통 아이들”이지만, 조금 더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친구들과 똑같이 숙제하고, 급식 먹고, 체육시간에 뛰어놉니다.
하지만 그 하루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보이지 않는 에너지는 종종 더 많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들이 있지요.
- 집에서는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더 익숙해서, 학교 수업이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질 때.
- 엄마·아빠의 외모나 발음 때문에 친구들이 호기심 어린 질문을 쏟아낼 때.
- ‘다문화’라는 이름 때문에, 아직 만나보지도 않은 친구들에게 이미 ‘다른 아이’로 인식될 때.
연구를 보면, 다문화 가정 아동·청소년은
언어·문화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학교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크 저장소)
하지만 동시에,
적절한 지원과 지지가 있을 경우 또래 관계, 성적, 진로 등에서 빠르게 격차를 줄이는 긍정적 변화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Frontiers)
즉,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더 힘든 출발선에 서 있을 수는 있지만, 도와줄 손만 있다면 충분히 잘 달릴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2. 학교 적응의 세 가지 축: 언어, 친구, 교사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다문화 가정 아이의 학교 적응에는 크게 세 가지 축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KoreaScience)
- 언어(국어 능력)
- 또래 관계(친구)
- 교사와의 관계 및 학교 지원
1) 언어 – “말이 술술 나와야 마음도 같이 나옵니다.”
한국어가 서툴면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도 어렵고,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힘듭니다.
한 연구에서는 한국어 능력이 높을수록 자존감, 문화 적응,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간호학회지)
그래서 요즘 많은 학교와 지자체는
- 방과 후 한국어 보충 수업
- 다문화 가정 아동 대상 언어교실
- 엄마·아빠를 위한 한국어 교육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언어 격차 줄이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KCI)
언어는 단순한 ‘과목’이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 친구관계, 선생님과의 소통을 모두 묶는 핵심 열쇠입니다.
2) 친구 – “한 명의 친구가, 열 개의 편견을 이깁니다.”
친구관계는 학교 적응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간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또래 관계가 좋을수록 문화적응 스트레스는 줄고, 학교 적응은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났습니다. (Frontiers)
반대로,
따돌림이나 ‘은근한 배제’를 경험하면
- 수업 몰입도 저하
- 결석 증가
- 중도 탈락 위험 증가
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Korea Times)
그래서 많은 학교에서
- 다문화 이해교육
- 문화 체험 행사
- 협동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서로를 낯설게 보기”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재미있게 보기”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오크)
3) 교사 – “선생님 한 마디가 아이 인생의 방향을 정합니다.”
연구들을 보면,
교사의 지지와 공감이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학교 적응에 큰 완충 역할을 한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오크 저장소)
예를 들어,
- 아이가 발표를 망쳤을 때 “그래도 도전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해주는 선생님.
- 언어가 조금 서툴더라도 “천천히 해도 괜찮아.”라고 기다려 주는 선생님.
이런 존재가 있으면, 아이의 “학교는 무서운 곳”이라는 인식이 “학교는 내 편도 있는 곳”으로 바뀝니다.
3.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이 겪는 고민들
현장에서 들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고민을 정리하면 대략 이런 말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집이랑 학교가 너무 달라요.”
- “엄마가 숙제를 잘 못 도와줘서, 나 혼자 해야 하는 느낌이에요.”
- “친구들이 내 이름이나 엄마 나라를 계속 물어보는데, 가끔은 부담돼요.”
- “나라가 두 개라서 좋은데, 가끔은 내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헷갈려요.”
실제 연구에서도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은 ‘문화적 이중성’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 차별 경험, 심리적 부담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어린이 건강 간호 연구)
하지만 반대로,
이 아이들은 두 개 이상의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더 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도 큽니다. (Korea Joongang Daily)
결국 관건은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배경을 부담이 아닌 자산(강점)으로 느끼게 해 줄 수 있느냐”입니다.
4. 부모와 학교가 함께 해줄 수 있는 것들
1)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
다문화 가정 부모님들은 종종 “내가 한국어를 잘 못해서, 아이 공부를 도와줄 수 없다.”며 죄책감을 느끼시곤 합니다.
하지만 연구들은 학습지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부모-자녀 간 애착, 정서적 지지, 대화의 질을 꼽습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완벽한 발음이 아니라, 이런 말들입니다.
- “학교에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 “조금 늦어도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 “한국말이 서툴러도 괜찮아, 우리는 같이 배우면 돼.”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지식으로서의 한국어”만이 아니라 “사랑받는다는 확신”입니다.
2) 학교와 지역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것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역 교육청, 학교는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다문화 언어·문화 교육
- 부모 상담 및 통역 지원
- 방과 후 학습 도움
- 또래 멘토링, 예체능 활동 지원 등. (KCI)
최근 연구에서는
이런 다문화 가족 지원 서비스에 꾸준히 참여한 학생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적응 스트레스는 줄고, 또래관계와 학교 적응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Frontiers)
그러니,
가능하다면 부모님과 아이가 지역의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5. “같이 성장하는 학교”가 될 때
예전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우리 반에 있는 특별한 친구’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수는 계속 늘어나고 이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로 나가고, 또 다른 세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성평등가족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교 적응기는 더 이상 “특별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을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학교가
- “다른 점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다른 배경을 가진 동급생”으로 바라보고. - 아이 스스로도
“나 때문에 미안해…”가 아니라 “나는 두 문화를 동시에 가진 멋진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교 적응기는 고생담이 아니라, 성장담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
다문화 가정 아이의 학교 적응은 언어·문화·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여정입니다.
조금 더 힘든 길일 수 있지만, 그 길 위에서 아이들은 두 배의 언어, 두 배의 문화, 두 배의 시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 학교에서는 더 많이 이해하고,
- 친구들은 더 먼저 손을 내밀고,
- 부모는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고,
- 사회는 이들을 향한 편견의 시선을 천천히 거두는 것.
그렇게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갈 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교 적응기는 “버틴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자란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 한국의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소멸되는 도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미 다문화 학생 숫자는 5%를 넘어섰기에 다문화 사회로 진입을 한 상황입니다.
2030년 부터 입학생 숫자가 많이 떨어진다는 통계도 나와 있고요.
이제 필수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사회의 조직에서도 품어야 하는 시기 입니다.
잘 키우고, 잘 가르켜서 이나라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것입니다.
노동자로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좀 더 깊숙히 들어올 날 도 머지 않았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이 되어야 지요.
📌 출처
본 글은 다문화 가정 아동·청소년의 학교 적응, 문화적응 스트레스, 또래·교사 관계, 지원 서비스 효과에 대한 국내외 연구와 최신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주요 참고:
교육부 「2023 한국의 교육 통계」 다문화 학생 현황, 통계청·여성가족부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 다문화 청소년 문화적응 스트레스·학교적응 연구(Kim 등, 2016; 류동수, 2022),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 효과 연구(Ahn 등, 2024) 및 관련 언론·정책 자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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